아줌마 < 아가씨 < ??

서울에 사는 어느 아줌마의 체험기이다. 한국에서는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고 우습기까지 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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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수험생 아이를 데려다 주고는 오는 길이었다.
아직 새벽인지라 차가 그리 많지 않고, 길은 비교적 쾌적한 편이었다.
신호등에 걸려서 서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부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앞으로 확 쏠렸다. 다행히 브레이크를 밟고 있어서 차가 별로 앞으로 밀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새벽의 쾌적한 기분은 완전히 날라가고, 뒷차 운전사와 실갱이를 벌이려는 생각을 하니 차에서 내리기도 전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차에서 내려보니, 고급 외제차가 뒤에서 내 차를 박은 상태었다. 뒷차 운전사는 내리지도 않고는 유리창을 조금 내리는데, 보니 아주 젊은 (그리고 범상치 않근 미모를 가진) 아가씨였다. 조금 열린 창문으로 술 냄새가 풍겨놔왔다. 많이 취한듯 횡설수설하는 아가씨와 상대하는 것이 별로 유익이 없을 것 같아, 그만두고 차에 와서는 경찰이 오기를 기다렸다.
동네가 동네인지라 이런 아가씨를 보는 것이 그리 놀랍지는 않다.

경찰차가 왔다. 경찰이 왔을 때, 뒷차 아가씨는 차에서 잠들어 있었다. 냄새만 맡아봐도, 그리고 술이 취해 자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상황은 명확했다. 그런데, 경찰이 뒷차와 아가씨를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다. 잘 모르지만 외제차고 꽤 비싼 차인가 보다. 동그라미가 4개 포개진 것이 보인다. 경찰이 두 차를 둘러보고, 또 뒷 차 운전사와도 얘기를 하는데, 꽤 친절해 보였다. 경찰이 뒷차 아가씨와 얘기를 마치고 내게로 왔다.

상황을 설명하려고 하는데, 경찰이 매우 퉁명스럽게는 “아줌마. 아줌마가 뭐 잘못한 것 아니에요?”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는, 마치 내가 사고를 낸 것처럼 사고원인자 취급을 한다. 기분이 나쁘다. 경찰이 취조하듯 질문을 몇개 하고는 아주 퉁명스럽게 “아줌마, 강남경찰서까지 가야겠습니다. 차 운전해서 따라와요.”

가슴이 철렁한다. 나만 가나? 그러고보니 뒷 차 운전사와 이야기할 때는 꽤 친절했는데, 나는 범죄자 취급하고…. 예쁜 아가씨라고 봐주고, 나는 아줌마라고 옴팍 뒤집어쓰는 것은 아닌지… 아이 라이드를 준다고 서둘러 나오는 바람에, 아침에 별로 단장을 하지 않은 것이 실수였나? 내 차가 외제차가 아니고 평범한 국산차인게 갑자기 속상하게 느껴졌다.
사고 때 물리적인 충격도 있고, 또 추운 새벽바람을 맞은데다, 마치 범죄자 취급을 받으니 아줌마는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다. 이 동네 사는 것도 아닌데, 직접 운전을 해서 강남경찰서까지 가는 것도 자신이 없다. 아~ 힘들다…

그래서, 아줌마는 급한 마음에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상황을 설명하니 남편이 경찰을 바꾸란다.
“저 여기 전화 좀 받아보세요.”
경찰이 이게 뭐야? 하는 눈초리로 매우 못 마땅해하며 마지못해 전화를 받는다.

……..

결국 경찰서에 갔다.
함께 온 경찰보다 더 높아 보이는 사람이 친절하게 의자를 권하고 매우 상냥하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 달라고 한다.
내가 말을 하는데 함께 온 경찰이 “사모님, 그냥 계십시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라고 하면서, 자기가 다 설명을 하는데…
마치 자기가 사고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열을 낸다. 나는 말도 못하게 한다.
참~ 남이 들으면 자기가 거기에 있었는줄 알겠네.
처음부터 그럴 것이지…. 처음에는 그렇게 딱딱하게 굴더니만….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처음부터를 생각해 보면 괘씸한 생각도 든다. 예쁜 아가씨….)
별로 말할 필요도 없이 자기들이 다 알아서 한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편했다.

아 그 얘기 했던가? 전화를 받고나서는 경찰관이 확 변했다.
(사실 남편이 법조계에 종사한다.)
경찰서에 오는 길도 매우 편했다.
딱딱하게 굴던 경찰이 직접 내 차를 운전해 주고, 나는 편하게 뒷자리에 앉아서 왔다.
자기 경찰차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했데나?
혼자왔었는데, 누가 어떻게 경찰차를 운전해서 오지? 궁금했지만, 머리도 아프고 피곤하고 해서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결국 경찰서에서 대접을 잘 받고, 환송을 받으며 경찰서를 나왔다.
“사모님,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으면 연락 주십시요.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조심히 잘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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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보다는 아가씨가 대접받는 한국이다.
예쁘면 더 그렇다.
하지만, 예쁜 아가씨보다도 ‘사모님’이 쎄다. ^^
그런데, 사모님도 아니고 예쁜 아가씨도 아니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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