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험: 16 피트 트럭 몰기

여차저차한 이유로 연말에 16 피트 트럭을 빌려서 뉴욕에 다녀올 일이 생겼습니다. 17년전이사할 때 U-Hall 트럭을 빌렸던 이후로 이 정도 크기의 트럭을 몰아본 기억이 없습니다. 하도 오래된 일이라 트럭을 빌리는 것에서부터 모든 것을 새로이 배워서 해야했습니다.

하루에 일을 끝낼 마음으로 트럭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터무니 없이 비쌌습니다. 트럭을 빌리는 비용은 싼데 ($50 정도), 마일당 내는 돈이 $1 내외였습니다. 약 500마일을 달린다고 하면 트럭 빌리는 비용만 거의 $600이 되더군요. 그래도 트럭이 있어야 하기에, 이리저리 알아보다 보니, 트럭을 빌리는데 두가지 옵션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나는 ‘로칼 이사’고 다른 하나는 ‘인터 스테이트 이사’입니다. ‘로칼’은 빌리는 장소와 반환하는 장소가 같습니다. ‘인터 스테이트’는 빌리는 곳과 반환하는 곳이 다릅니다. 일반 승용차를 빌릴 때는 ‘인터 스테이트’가 훨씬 비쌉니다. 그런데 트럭은 그 반대더군요. ‘로칼’로 빌리면 거리당 비용을 내지만, ‘인터 스테이트’로 빌리면 거리에 따른 추가 비용이 없습니다. (저는 매릴랜드에서 빌려서, 버지니아에서 돌려주었습니다.) 보험까지 구입을 해도 하루에 $160이 조금 안되게 빌릴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U-Hall 보다는 품위가 있는 ^^) Budget에서 트럭을 빌렸습니다. 트럭이 있는지는 그 전날이 되야 안다고 해서, 트럭을 픽업하는 사무실에 전날 연락을 했습니다. 그곳 직원의 얘기가 “지금은 트럭이 없는데, 오늘 밤에 재고 관리자가 연락을 줄거다. 연락이 없으면 트럭이 있는 것이다. 안심하고 와라.”라고 하더군요. 결국 연락이 안 와서, 그 다음날 (그래도 혹시나 해서) 거의 한시간 일찍 그 사무실에 트럭을 찾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트럭이 없더군요. 트럭이 없다는 것만해도 황당한데, 그 직원이 저보다도 뭘 모르는 것에 놀랐습니다. 어디에 전화를 해야하는지도 잘 모르더군요.

그 전날 밤에 전화했던 그 번호로 전화를 하니, ‘재고 관리자’가 15분에서 2시간 사이에 연락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사이에 전화가 안 오면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그러면 다시 전화하라”고 하더군요. 도움이 안 됩니다. 달리 방도가 없어서 근처에서 아침을 먹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근처 동네의 Budget 사무실로 가라고 했습니다. 주소를 텍스트로 보내달라고 했더니, 당근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끊었습니다. 하지만 주소는 텍스트로 오지 않았습니다.

근처 동네 Budget 을 구글로 찍어보니 두 군데가 나오길레 그 중에 하나로 갔습니다. 영하 10도에 가까운 추운 날씨인데, 사무실에 히터가 안 나오더군요. 앞에 두 명이 트럭을 빌리는데 거의 한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다행히 트럭을 빌렸는데, 변속 장치 외에는 모든 것이 수동이더군요. 창문 오르내리는 것, 사이드 거울 조정하는 것 모두 수동이었습니다. EZ-Pass도 없습니다. 워낙 오래된 차인지라 어찌나 덜컹거리고 시끄러운지요. “Quiet Cabin”이라고 써있는 것을 보고 아내와 함께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조금 달리다보니 ‘check engine’ 신호까지 들어왔습니다. 다행이 히터는 나왔습니다. ^^

16 피트 트럭을 몰아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정도 크기의 트럭부터는 운전석보다 뒤의 짐칸이 넓습니다. 마치 운전석은 머리고 뒤의 짐칸은 어깨처럼 튀어나와 있는 것 같다고 할까요? 그래서 승용차 운전에서 하듯이 옆에 있는 차를 보려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옆의 차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트럭의 어깨가 보입니다. 길게 튀어나와있는 사이드 거울 외에는 좌우를 살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물론 실내 거울은 없습니다. 뒤가 안 보이는 것이지요. 매우 답답하더군요. 운전을 하고 첫 두어시간 정도는 꽤 긴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익숙해져서 뉴욕에 들어가서는 일단 머리부터 들이미는 서울에서의 운전 실력이 되살아났습니다. 운전이라는 것이 주변의 여러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일단 머리를 들이밀고 들어가니, 트럭의 뒷부분은 알아서 다른 차들이 피해주더군요. ^^

트럭을 가지고 뉴욕을 오가는데 서러운 일이 몇번 있었습니다. George Washington 다리를 건너는데, 승용차는 $15인데, 제 트럭은 $42을 달라고 했습니다. 어떤 곳은 승용차는 $4인데, $10 달라고 하고… 톨비만 $150이 넘게 들었습니다. 뉴욕 어디를 가니 트럭은 아예 가지 못가게 하는 길이 있더군요. 구글 맵은 이런 사정도 모르고 계속 그 길로 가라고 재촉을 합니다. 전혀 모르는 곳이라, 갈 바를 모르고 일단은 지나치는데, 구굴 맵은 U-Turn을 하라고 난리입니다. EZ-Pass가 없는 차인지라, 가슴 졸이며 매번 캐쉬를 내고 가는데, 뉴욕의 어느 다리에 가니 아예 캐쉬는 안 받는다고 합니다. 친절하게 “EZ-Pass가 없으면 조금 높은 가격으로 청구서를 메일로 보내겠다”라고 써 있더군요. 달리면서 코베이는 느낌이었습니다. 😉

아내는 차를 타면 잘 잡니다. 시끄럽고 덜컹거리는 트럭이었지만, 그래도 잘 자더군요. 본인도 운전을 돕겠다고 했지만, 그렇게 시킬 수는 없지요. 평상시에 무척 바쁜 삶을 사는 아내에게는 이렇게 일상에서 벗어나 하루 나오는 것 자체가 휴식의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남편이 운전하는(몹시 덜컹거리고 시끄러운) 차에서 잘 자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 고마왔습니다.

유학 초기 시절 매년 이사를 하던 때의 기억, 17년전 이사를 하던 때의 기억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이제는 살림의 규모를 보더라도, 우리의 체력을 고려하더라도, 친구들의 나이를 생각해봐도 트럭을 빌릴 일이 없는데, 이렇게 트럭에 함께 앉아있으니 그 때의 기억이 나더군요. 집을 나서서 다시 집에 도착하는데까지 15시간의 긴 여행이었지만, 아내와 함께 해서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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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to 새로운 경험: 16 피트 트럭 몰기

  1. 더가까이 says:

    큰일 치르셨습니다 그려. ‘여차저차한 이유’가 궁금하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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