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 양

가족 모두 곤히 골아떨어진 한 밤에 경보가 울렸습니다. 집 안에 설치해 놓은 경보 시스템이 무언가 움직임을 감지하고는 경보를 울린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경보음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습니다. 안전을 위해서 설치해 놓은 경보 시스템인데, 막상 경보음이 울리니 무엇을 해야할 지 잠시 막막하더군요. 경보음을 계속 울리게 하면, 경찰에 연락이 갑니다. 그렇게 놔두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단 꺼야 하는 것인지 몇분 내에 결정을 해야 합니다.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짧은 시간동안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경보음이 울리고 있는데, 침입자가 아직까지 집에 있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경보음을 껐습니다. 자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하지? 이미 심장은 쿵덕쿵덕 뛰고 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킬 수 있는 전등을 다 켰습니다. 이럴 때는 스마트 스위치가 좋더군요. 전화기로 스마트 스위치를 모두 켰습니다. 하지만 아직 방을 나서지는 않고, 경보음이 울린 원인을 전화기로 찾아보았습니다. 경보 history 에 가면 어떤 센서가 무엇을 감지했는지 기록이 있습니다. 찾아보니 부엌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고 하네요. 다른 센서들은 다 아무 일 없었다고 합니다. 바깥에서 누군가가 들어온 것이 아니라 집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인 것입니다. 일단 다행이네요. 혹시나 바깥에서 무언가가 지나가다가 부엌 창문을 통해 움직임이 감지된 것인가 해서, 바깥 카메라 기록을 살펴 보았습니다. 거기에도 아무 것도 없어요. 그럼, 거짓 경보(false alarm)임에 분명합니다.

그제서야 방 문 밖을 나가, 부엌에 가 보았습니다. 큰 박스를 하나 옆으로 세워놓았는데, 박스 커버가 조금 튀어나와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마 테이프로 붙였던 부분이 떨어지면서 커버가 튀어나온 것을 센서가 감지한 것 같습니다. 사태 해결!

놀란 심장이 아직도 두근두근 뛰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잠을 청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사태 해결을 마치고 방에 돌아오니, 아내가 잠이 가득한 목소리로 무슨 일이냐고 묻습니다. 아내는 경보음은 듣지도 못했고, 제가 일어나는 바람에 잠이 (잠시) 깼다고 합니다. 물론 아내는 바로 다시 잠들었습니다. 민주는 경보음도, 아빠가 나와서 돌아다닌 것도 전혀 듣지 못하고 아주 잘 잤다고 그 다음날 말하더군요. 경보음도 안 들리는 강심장의 여인들!  ‘사자’의 심장을 가진 여인들 (주인들)과 함께 사는 ‘양’의 심장을 가진 청지기가 저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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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to 사자와 양

  1. 더가까이 says:

    Drill 제대로 한번 하셨네요
    하나님께서 강선생도 사랑하셔서 깊은 잠을 주시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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